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졸업 후기


2015년, 대학교 4학년 때 코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문에는 그전부터 4차 산업혁명이다 스마트팩토리다 말이 많았다.

그리고 김진상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갖게 되었고, 시대의 흐름을 말로만 듣는게 아니라 직접 Computer Science를 배워보고 싶었다.

사이버대를 갈지 학원을 다닐지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방송통신대학교였다. 

동생이 3년제 졸업 후 방송통신대학교를 간다고해서 나도 알아보게 된 걸로 기억한다. 방통대(방송대)의 장점은 저렴한 학비와 졸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수업의 질도 높다.

사이버대와는 반대의 특성이다. 사이버대는 비싸고 졸업하기 쉽다.


16년도에 3학년으로 편입을 했고 OT를 갔었다. 교수님들이 설명하시기를 2년내 졸업하는 편입생 비율이 20%라고 했다.

그 때 정한 목표가 2년내 졸업이었다. 그것도 전공으로 꽉꽉 채워서! 내가 입학한 목적은 배움이지 학점따기는 아니어서 일반 교양은 아무것도 안들었다.


사실 만만하게 봤다.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공부도 했는데 이 정도를 못하겠어? 라는 생각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방통대 공부는 누가 시켜서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기위해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수업의 어려움이 문제가 아니라 초심과 의지을 유지하는게 어려웠다. 그리고 시간내서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할텐데 학생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나만 시간 없는거 아니다.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용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거다. 예전에 학원에서 자바를 잠깐 배웠기 때문에 들어본 용어들이 있어서 그나마 조금 덜 힘들었지만, 아예 다른 전공에서 3학년 편입 후 기초과목 없이 수강신청을 하면 더 어려울 수 있다.

내가 첫학기에 들은 과목과 성적은 아래와 같다. 3학년과목과 1,2학년 과목을 섞어서 들었는데 학점이 안 좋았다.


학점이 안 좋았던 이유 1. 교재를 안 삼(제일 큰 이유) 2. 기출 문제 답이 있는지 몰랐음. 기출 문제만 풀어보고 답은 없는줄 알고 답을 맞춰보지 못 했으니 제대로 공부가 됐을리가 없다. 그리고 대학교 땐 강의노트 뽑아서 필기만 잘하면 시험도 어느정도 쳤기 때문에 책을 안사고 버텨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첫 학기는 강의를 보면서 필기를 하고 나중에 필기내용을 다시 보았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어렵고 필기만 하다보니 뭐가 중요한지 신경을 안 썼다. 그리고 내용을 금방 까먹었다.


그래서 2학기는 공부방식을 바꿨다. 우선 책을 샀다. 책의 좋은 점은 강의에서 다 다루지 않는 내용을 자세하게 써놨기 때문에 맥락 파악을 하기에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의 연습문제가 시험에 나온다.(이걸 한 학기만에 깨달아서 참 다행이다.) 과목 선택은 헬이었지만(중요하면서 어려운..) 많은 것을 배운 학기였다. 학점도 1학기보다 훨씬 나아졌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책과 기출문제는 필수다.



3학년때 6전공으로 다 채웠더니 4학년은 듣고싶은 전공을 듣고 학점이 남았다. 그래서 통계에 도전했다.

회사에서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하고, 통계에 부쩍 관심이 생겨서 3과목을 선택했다. 사실 듣고싶은건 따로 있었는데, 타학과 제한에 걸려서 남는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통계학 개론은 통계학 기초로 꼭 들어야하는 과목이고(추천), 엑셀데이터분석은 꽤 유용하다. 갈고 닦으면 왠만한 통계 분석은 다 할 수 있다. 6시그마는 외울게 좀 많다.

컴퓨터 그래픽스는 노력에 비해 얻을게 없다. 학점은 전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3학년 겨울 방학 때, 졸업을 위해 정보처리기사를 땄는데 소프트웨어공학과 정보통신망이 기사 과목에 포함돼있어서 학기 중 공부가 훨씬 수월했다.

졸업을 하려면 논문이나 기사 자격증이 필요한데, 기사자격증을 추천한다. 기사 공부는 필기 3주 실기 4주, 독학이었고, 필기 실기 둘 다 커트라인에 여유를 두고 합격했다. 


여기까지 하니 졸업이 눈 앞에 보였다. 그리고 전 학기 학점이 좋아서 추가 학점을 받았다. 21학점... 21학점을 채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과락해도 졸업할 수 있으니 도전하자는 생각으로 다 채웠다. 4전공과 3통계... 이건 진짜 4학기 중에 제일 힘들었다. 이 정도 점수 나온게 신기할 정도이다. 망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중간고사 대체과제를 전 과목 30점 만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거 아니었으면 등급이 2단계씩 내려갔을 거다.

중간고사는 출석수업과 대체 시험, 과제물로 구분이 되는데, 직장인이라 출석수업을 과제물과 대체시험으로 돌려서 출석수업은 한 적이 없다. 

과제물은 열심히만 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고, 대체시험은 기말고사 미리보기 버전이다. 배점은 중간 30 기말70이다. 기말을 잘 봐야한다.


마지막 학기는 통계 과목 신청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품질경영과 실험계획과응용(학점은 별로지만 제일 많이 배운 과목)이 도움이 많이되었다.

인공지능 과목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과목을 듣기 전부터 머신러닝에 관심이 있어서, 텐서플로우를 써봤지만 이렇게 시작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론이 약하다.(일반화 아님.) 인공지능은 텐서플로우 얘기는 없지만 인공신경망에 대한 내용이 잘 나와있고, 수업내용도 제너럴하고 좋다.


가끔 주관식 중간고사가 아니면 방통대 시험은 전부 객관식이다. 사실 객관식 시험에서 과락을 한다는건 그냥 공부를 안 한거다.(과락기준은 100점만점에 60점. 하지만 방심하면 나올 수 있는 점수다.)

근데 공부를 못 할 수도 있다. 평소에 시간이 안돼서(=미루다가 쌓여서) 벼락치기를 했는데 3, 4학년 과목만 신청한 경우 하루에 6과목을 봐야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건 평소에 공부를 했더라도 힘들다. 시험이 일요일이므로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에 기출을 풀고 복습해야 하는데, 하루에 6과목은 아무리 공부를 했어도 한 번 훑어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보통 기말은 14주치를 본다.)

방통대는 1, 2학년이 기말 1주차에 시험을 보고 3, 4학년은 2주차에 시험을 본다. 그러니까 수강신청 할 때, 1,2학년 과목과 3,4학년 과목을 잘 섞어서 시험을 2주에 나눠 보도록 하자. 시험 전에 2일정도 휴가를 낼 수 있는게 아니면 꼭 이렇게 해야한다. 



중요한 걸 빠뜨릴 뻔 했다. 학비는 한학기에 대략 34~37만원이었던거 같고, 교재비는 7~8만원 정도 된다. 학원비보다 훨씬 싸다.


대학 졸업이 배움의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이 자기 직무에 맞는 배움을 지속한다면 그 결과는 남들과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 만족도 크다.

입학 할 때의 설렘과 배움에 대한 기대를 2년동안 유지한다면 평소에 놀거 놀고 쉴 때 쉬어도(공부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졸업이 가능하니 과감히 도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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